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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뮤직계 최강 밈이 되고 있는 Berghain
베를린의 클럽이 문화제도이자 인터넷현상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글: Patrick Hinton 일러스트: Eliot Wyatt | 2016-11-16
검은 옷, 포커페이스를 한 DJ들, 바닥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고 춤을 추는 사람들… 댄스뮤직에서 가장 심각한 장르인 테크노의 영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동안, 인터넷 밈(meme)은 21세기 문화에서 가장 하찮은 양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단 몇 분 웃기고자 존재하는, 스크린샷 폴더에 던져진 뒤 쉽게 잊혀지는 일회성 개그인 것이다.

하지만 Berghain을 한 번 보자. 오랜 시간 동안 유럽 테크노의 중심을 공고히 하고 있는 이 클럽은 동 베를린이 구 소련의 지배를 받던 시절, 한때 발전소였던 삭막한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그 이후, Berghain은 명실상부 이 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밈이 되었다.

클럽 자체가 농담거리라는 말이 아니다. 부스에서 레코드가 돌아가면 댄스플로어에 *정지화면(freeze frame)*도 없다. 비록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면 Arthur처럼 분노에 차서 주먹을 꽉 쥐게 될 지도 모르지만. 이 클럽은 Skepta부터 PC Music, The Black Madonna까지 갖가지 아티스트들을 초청하며 일렉트로닉뮤직계의 최첨단을 걷고 있다. 가장 에너지 넘치며 즐거움이 폭발하는 파티를 벌이는 곳이다. 그것도 모자라 두드러지는 댄스지향적 유머소재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독일 클럽에 대한 발칙한 오마주는 Norman Nodge보다 꾸준히 등장한다. 지난 달에는 비공식 Berghain 카드게임을 만들 비용을 펀딩하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악명 높은 도어맨 Sven Marquardt의 역할을 맡아 고객의 입장여부를 판단하는 게임으로, ‘레더대디(leather daddy)’와 ‘케타민 중독자(ketamine fiend)’ 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클럽에 관련된 카드게임이라니, Berghain이니까 가능한 거다. 아니, 애초에 카지노 밖에서 카드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댄스뮤직 팬들 사이에 Berghain ze Game에 대한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며, Berghain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다.

Tumblr의 인기블로그 whenyoulivein.berlin에 가보면 방문객들의 행동을 희화한 움짤을 여러 개 볼 수 있다. Just Berghain Things는 Berghain 밈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다. ‘좋아요’ 수가 수천 개에 달하는 이 페이지의 콘텐츠는 베뉴의 특징들을 인용한 짤부터 내부 사진에 덧씌운 유명한 예술작품을 아우른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아담의 탄생(The Creation of Adam)은 클럽의 어두운 쪽방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가 Berghain 레고 모형을 발견한 것도 이 페이지에서였다. 이 레고는 기꺼이 돈을 들여 블록을 구입해서 실제로 조립한 한 팬 덕분에 SNS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테크노 팬들이 인터넷 댓글과 @ 멘션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유치한 행동들을 생각해볼 때, 이 아이들 장난감이 엄청난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네덜란드에는 Beyond라는 페스티벌도 있었다. 오로지 사람들을 문전박대하기 위해 가짜로 Berghain 입구를 세웠다. 실제 아티스트들은 페스티벌 현장 다른 곳에서 공연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끊임없이 줄을 서서 문전박대를 체험했다. Berghain를 입장하는 경험을 시뮬레이션한 온라인 게임 Berghain Trainer도 인터넷 센세이션이었다. 수천 명의 유저들에게 어필한 이 게임은 댄스뮤직 뉴스사이트들은 물론이고 유서 깊은 일간지 The Daily Telegraph의 웹사이트에서도 소개되었다.

이 시뮬레이션은 웹캠과 마이크를 통해 유저의 바디랭귀지와 음성을 분석한 뒤 그것을 토대로 입장을 결정한다. 그러나 Raving Code 라는 한 Tumblr 유저가 이 게임을 역설계해보고는 입장 허가 결과가 완전히 무작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8번에서 12번 정도 연속으로 시도해야만 입장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입장 성공한 순간을 자랑스럽게 트위터나 YouTube 채널에 올린다. 그게 그들이 방금 랜덤 시뮬레이션을 최소 8번 되풀이하느라 인생의 소중한 10분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클럽에 도착할 시간을 완벽하게 계획할 수 있도록 클럽 밖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줄 서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크라우드소싱하는 앱도 있다. 운 나쁘게 긴 대기열에 꼼짝없이 갇혔다면 Berghain 테마의 중독성 있는 모바일게임 Flappy Bird를 하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다. 실제 조류에 관심이 더 많다면 이 디자이너에게 Berghain 새장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댄스뮤직계 최강 밈이라는 Berghain의 입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마도 Berghain이 주류에 스며들기 시작한 과정일 것이다. 2015년에 할리우드 배우 Clare Danes가 세계적인 토크쇼 Ellen DeGeneres 쇼에서 클럽의 이름을 언급했고, R&B 스타 Frank Ocean 역시 자신의 앨범 ‘Blonde’에 미친 Berghain의 영향력을 거론했다. Conan O’Brien은 입구 앞에서 코미디 루틴을 선보였다. 댄스뮤직이 대중문화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유명인사들은 퍼스널브랜드를 확립해서 자신의 성과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선전한다. 그들은 대개 쿨해 보이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다. Berghain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점점 더 쿨해지고 고무적인 서브컬처의 가장 쿨한 양상과 같은 템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다윈론적 진화의 방식으로 ‘한 문화 속에서 사람 사이에 퍼지는 생각이나 행동, 스타일’이라는 의미를 가진 밈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Richard Dawkins는 인터넷 밈은 인위적이고 추적 가능한 방식으로 확산된다고 구별했다. Berghain은 쿨하며, Berghain에 대한 인용을 이해하는 것도 쿨하며, 그 이해를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할 수 있는 것도 쿨하다. Berghain 밈을 공유하는 것은 이런 정서적인 반응에 연관되어 있다. 밈을 보고 이해하고, 웃음짓고, RT를 클릭하는 동안 대뇌피질에 느껴지는 찌르르한 느낌이 좋은 것이다.

John Perry는 PhilosophyTalk.org라는 웹사이트에 인터넷 밈과 장르의 유사성에 대한 글을 썼다. “[밈은] 장르와 마찬가지로 서로 경쟁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밈이 살아남는다. 경쟁에서 지는 밈은 죽어 없어진다.” 이것은 Berghain 밈의 확산이 댄스뮤직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유명한, 그 어디에도 비할 데 없는 Berghain의 입지를 증명한다.

물론 싸구려 지하클럽의 레고버전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신경 쓰는 사람이 없을 테니. 상업클럽을 본 딴 외양을 갖추는 페스티벌도 없을 것이다. 신경 쓰는 사람이 없을 테니. A급 배우가 프라임타임 방송에 나와 아무나 다 아는 팝 베뉴를 언급할 리도 없다. 신경 쓰는 사람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식이다. 그런 류의 클럽이 밈에 등장한다면 그건 ‘당신 VS 그녀가 아무도 아니라던 그 남자’ 시리즈 짤에서 Berghain의 왼쪽에 놓여 처참하게 비교당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Berghain의 신성한 홀을 찾았을 때가 기억난다. 무심한 표정으로 플레이를 하는 Sven을 올려다보는 동안 나의 내면은 꿈틀거렸고 내 심장은 클럽의 사운드시스템을 통해 터져 나오는 음악의 BPM보다 빠르게 뛰었다. 어쨌든 Berghain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그 문을 들어설 때의 그 의기양양한 기분은 정말 압권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바운서를 지나 단 한 순간도 지치지 않는 무한긍정의 댄스플로어에서 느끼는 그 일렉트릭한 스릴이란. Berghain은 정말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러니까 밈이 되는 것도 당연한 거다. 이 정도 정서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클럽은 Berghain이 유일하다. 이런 추세에 의해 그 명성에 손상을 입지도 않는다. 그저 2016년의 문화적 상징이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일회성 인터넷 유머의 형태로 온라인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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