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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Reports: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경험, Holy Ship의 해상파티
망망대해에서 즐기는 좋은 음악과 즐거운 시간
글: Valerie Lee 사진: Lance Skundrich, James Coletta | 2018-02-05
Spiegel이라고 적힌 흐릿한 보라색 네온사인 아래 곰팡내 나는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보니 허리에는 유니콘 인형을 매단 올화이트 차림의 한 여자가 있다. 그녀가 두 손을 내밀어 스피커를 붙들더니 바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덱 뒤에서 Sage Armstrong이 쏟아내고 있는 비트에 맞춰 격렬하게 춤을 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뒤춤에 유니콘 인형을 통통 튕기며 댄스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를 보니 Sage가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트랙에 맞춰 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Sage는 한껏 톤을 낮춘 목소리로 주문을 외듯 노래한다. "She`s dancin` with her ass out." 누굴 보고 만든 가사인지 정말 딱이다.

조금 뒤, 어떤 남자 때문에 줄이 길어지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 옷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고 있다. 물론 이름들이 빼곡히 적인 그의 옷에는 이제 남는 자리가 거의 없다. 사람들은 이제 그의 얼굴에다가 사인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원초과의 엘리베이터 속이다. 어깨를 맞대고 있는 동승자들을 보니 한 명은 곰으로 분장했고, 한 명은 디즈니 캐릭터인 스티치 코스튬을 입고 있고, 한 커플은 화려한 하와이안 패턴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맨정신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누군가가 “Holy Ship”을 연호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한 번 터진 웃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 그칠 줄 모른다.






제 11회 Holy Ship에 승선한 첫 번째 날, 아직 밤 10시도 안 됐는데 해상파티는 이미 평범의 범주를 넘어섰다. 도쿄, 서울, 크로아티아, 시카고, 뉴욕, LA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은 4천 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거대한 크루즈선 Norwegian Epic의 자리를 거머쥐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고 기다려온 사람들이다.

시작은 여느 파티와 다를 것 없다. 사람들은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 와일드하고 자유롭게 차려 입고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레이브를 찾는다. 하지만 그 장소가 먹고 자고 놀고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Holy Ship의 아수라장일 때 그 기대감은 수직상승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Shippers”, 혹은 “Ship Fam”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최대한 이상하게 차려 입고 요란한 머리장식을 하고 아찔한 하의실종 패션을 뽐내는 낯선 사람들과 주저 없이 인사를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한다. 바다에 있다 보면 Output과 Berghain 같은 클럽들처럼 휴대폰 사용을 제제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추구하는 아주 특별한 이상향 ㅡ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옛스러운 소통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옷차림은 극과 극이어도 바다 위에서는 모두 한 마음이다. Holy Ship에서는 댄스플로어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선실 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고 받고, 복작거리는 복도에서 재회하는 즐거움이 있다.





크루즈선의 홀 전체에 배어 있는 방종한 분위기는 웬만한 파티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로 파티가 끝날 때까지 며칠씩 배 위에서 먹고 자고 춤춘다. 공항과 대기실, 무대를 왔다갔다하는 일상에서 벗어난 아티스트들은 파티를 호령할 뿐만 아니라 마침내 그들 자신이 직접 파티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능글맞은 웃음을 띤 Claude VonStroke가 자연스럽게 제일 앞줄로 나아가더니 Jauz가 마지막 날 밤을 위해 평소의 EDM 스타일을 벗어나 특별히 준비한 하우스 트랙에 깜짝 놀라 열정적으로 환호한다.

그 동안 Latmun과 같은 Dirtybird 소속 Ardalan은 그들을 지나치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을 보며 놀랍고 재미있다는 시선을 주고받고 있다.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남자가 그들 각각의 셋에 쌍엄지를 추켜세우자 그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보니까 Ardalan이랑 나랑 선실이 나란히 붙어있더라고.” Latmun이 말한다. 이전에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었다가 여기 와서 급 친해졌단다. 그날 밤, Justin Martin과 Christian Martin이 폭발적인 드럼앤베이스 정글 매시브를 주고 받는 동안 떠오르는 베이스 스타 Rezz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에 대고 외친다. "지금 여기 딱 붙어있어야겠네."





Holy Ship은 2012년에 HARD의 수장 Gary Richards의 지휘 하에 첫 항해를 시작했을 때부터 매 에디션마다 부동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해왔다. 그의 첫 Ship 라인업은 Fatboy Slim, Skrillex, Justice였고 팬들은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는 존재였던 우상들과 선실에서, 그리고 댄스플로어에서 어깨를 부대끼며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Richards가 작년 말에 LiveStyle (전 SFX)에서 새 역할을 맡으면서 HARD와 Holy Ship을 떠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을 때 HARD와 Holy Ship의 골수 팬들 사이에는 Richards 없이 파티가 제대로 되겠냐는 걱정이 가득했다.

2018년 Holy Ship은 Richards가 배에 타지 않아도 그의 유산이 바다 위에 건재할 수 있다는 첫 번째 증거였다. 이전에는 Richards의 인맥 중심이었다면 이제 Holy Ship의 스포트라이트는 장르의 한계와 기대치를 초월하는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비추고 있다. “hip hop” 룸에서는 Madam X가 그라임과 테크노와 덥스텝을 시기적절하게 나눠주고, Noisia와 Justin & Christian Martin’의 우렁찬 정글 매시브 사이에 What So Not이 자신의 튠의 살 떨리는 에딧을 선보이고, Claude VonStroke와 함께 Get Real로서 황홀한 일출 셋을 선보이고 난 Green Velvet은 Mr. Incredible 코스튬을 입고 카페테리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Holy Ship은 급변하는 북미 상업일렉트로닉뮤직의 물결 속에서 명품 파티를 열 줄 아는 DJ들과 더불어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바통은 Dirtybird 팀의 테크하우스 챔피언들인 Solardo와 Latmun, 그리고 베이스계의 불도저들인 What So Not, Rezz, Noisia에게 안전하게 넘겨졌다.

Holy Ship을 말할 때 플래그십 페스티벌이라는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서양의 다채롭고 자유로운 난행 속 크루즈선에 파묻혀 육지를 떠나 파티의 도가니에 몸을 맡기는 것은 좋은 파티를 만들어내며 진심과 끈기를 가진 사람들과 똘똘 뭉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임이 분명하다. 


[사진제공: James Coletta, Lance Skund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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