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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정말 열받아서 내가 만든 페스티벌 [존나페2018] 리뷰
한국을 빛낼지도 모르는 100명의 디제이와 함께
MIXMAG KOREA | 2018-08-08

파란 인조 잔디에 앉아 하늘을 보면서, 빈백에 누워 살살 부는 바람을 맞으며 들을 수도 있었다. 올해의 존나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아시아경제 기사에 의하면 에스 팩토리는 “인스타그램에만 1만여 개의 사진이 올라올 만큼 트렌디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디제이가 아닌 분위기와 스스로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스마트폰 셀카가 넘쳐났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울트라나 월디페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던, 퓨트 디럭스 루프탑 파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던 광경이 존나페 안으로 들어왔다. 달리 말해 올해는 존나 열받은 것 같지 않았다. 즐기는 느낌이 더 강했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분노는 오랜 호응을 담보하지 않는다. 아무리 문제의식에 공감해도 재미가 없는데 꾸준히 서포트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존나페는 작년을 기점으로 기로에 섰다고 봐야 한다. 올해 출사표에서 바가지는 이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1회는 분노에 차서, 2회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진행됐던 이 페스티벌에 대해 앞으로는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고 발전시킬지에 대해 3회를 한 해 거르며 생각도 해보고 아이디어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회를 통해 드러난 존나페의 지속가능 플랜은 루프탑을 장소로 섭외해 힙함과 힐링을 포괄하고, 로컬 디제이를 100명까지 섭외해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SNS의 개그 콘텐츠에 반해 찾은 일반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섞여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며 디제이 명절 분위기가 더 강해져 자연스레 소셜 기능이 강화됐다. 오로지 음악만 내걸었을 때의 마니악한 분위기를 벗어나 교류하고 쉬다 갈 수 있는 기능이 강해졌다.


대중성이 강화됐다고 1회와 2회를 대표한 B급 센스가 한 발 후퇴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심화됐으며, 야심이 느껴질 정도로 만전을 기한 듯 보였다. 예를 들어 작년의 씬 스틸러였던 폐지 박스 티켓 부스는 모든 안내 팻말을 박스로 만드는 전체 컨셉으로 확장됐다. 새로운 씬 스틸러들도 등장했다. 개업식 단골 출연자인 춤추는 바람인형이 곳곳에 배치됐으며, 박스 위에 매직으로 휘갈겨 쓴 전 세계 넘버원 디제이들의 축하 엽서가 전시됐고, 출연 디제이들의 엽사를 모아 커다란 배너를 제작했다. 울트라면 스테이지 벽엔 ‘라면’에서 착안했는지 짜파게티 한 봉지가 테이프로 칭칭 감겨 붙어 있었다.







‘이게 뭐야’ 싶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방식이야 어쨌든 관객들 대부분이 웃었다. 오히려 진지하고 고급진 조형물보다 더 많은 SNS 업로드를 불렀다. 흥행 결과만 놓고 보면 저비용 고효율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뛰어난 아이디어였다. 나는 바가지가 그저 웃기려고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으로 승부할 수 없는 소규모 기획자가 커다란 반응을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유머와 패러디를 사랑하는 본인의 취향을 주류에 염증을 느낀 로컬 씬 SNS에 태우면 자본에 관계 없이 흥행 수준의 바이럴이 생길 거라 확신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건 먹혀들었다. 지난 토요일 디제이 씬의 타임라인은 온통 존나페 후기로 뒤덮였다. 내려도 내려도 계속 존나페였다. 디제이 100명이 참가했다는 점도 바이럴의 주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것도 치밀한 계획 아래 계산됐다고 생각한다. 바가지는 오랜 파티 제작 경험을 가진 노련한 기획자다.








최근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성공했다 말할 만한 콘텐츠를 찾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존나페는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렘을 선물했다. 관객들이 더 커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돌아가게 만들었다. 레지스탕스보다 관객이 많았던 돼지스탕스, 발 디딜 틈 없던 워터방 루프탑, 술을 사려고 줄을 서야 했던 인파를 생각하면, 존나페는 이미 언더그라운드 최대의 이벤트 중 하나가 됐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호평과 열기를 감안하면 다음엔 더 핫해질지도 모른다. 물론 확정된 연례 행사는 아니지만 말이다.







잘한 언더그라운드 기획이란 뭘까? 바가지가 트는 마지막 타임을 들으며 가만히 생각해봤다. 차별화된 캐릭터, 메시지, 그리고 이것들을 센스 있게 구현하는 재능 아닐까? 존나페는 다 갖췄다.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최소한 패기 있게 도전했다. 규모에만 투자하지 재밌는 콘텐츠 개발엔 소극적인 한국 페스티벌 시장과 뚜렷이 대비되어 빛났다. 물론 심각하게 의미를 곱씹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재밌었다. 해가 뜨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이게 얼마나 괴상한 이벤트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힙한 성수동 골목에 ‘존나페’라 쓰인 시뻘건 포스터가 ‘존나’ 많이 붙어 있었다. 방전된 몸을 택시에 밀어넣으며 생각했다. 존나 재밌었다고.







글 / 음악 저널리스트 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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