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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의 아니메 클럽씬에는 코스프레와 만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타쿠들의 밤
글: Satoko Akune 사진: Dave Dawang | 2018-09-14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 오사카의 토요일 밤은 어딘지 모르게 황량하다. 이름 모를 한 사내가 술이 취한 해 갈 곳을 잃은 전단지들이 바닥에 나뒹구는 길거리를 비틀비틀 걸어갈 뿐이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자 사람들이 지하차도 근처에 있는 라이브뮤직 베뉴 Beronica에 모이기 시작한다. 오늘의 파티는 Bungee. DJ들이 아니메영화와 시리즈의 음악들만을 트는 애니클럽씬의 원조격 이벤트다.

베뉴 안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이미 특이점을 넘어서 마치 이 세상이 아닌 어딘가 같은 광경이다. 일단 일본의 유명 아니메 시리즈인 ‘카드캡터 사쿠라’와 ‘나루토’ 등의 캐릭터로 코스프레한 사람들이 보인다. 어떤 이들은 소파에 앉아있는가 하면 댄스플로어에서 머리칼을 휘날리며 댄스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브레이크댄스를 추는가 하면 응원댄스라고 할 수 있는 오타게(otagei, ‘오타쿠’와 퍼포먼스라는 뜻의 ‘게’의 합성어)를 추는 사람들도 있다. DJ가 특정한 어느 튠을 틀자 소녀팬들이 비명을 지르며 부스를 향해 달린다. DJ를 향한 환호가 아니다. 초롱초롱한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비디오스크린에 등장한 아니메 캐릭터들이다. 아니메클럽 무브먼트는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하지만 총천연색의 코스튬과 가발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주름진 티셔츠와 꾀죄죄한 옷을 입은 수수한 차림새의 사람들이다. 클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사실 실제로도 그들은 클럽과 거리가 멀다. 그들은 오타쿠다. 종종 굿즈와 게임장비가 가득한 침실에 처박혀 있는 외톨이들로 묘사되는 아니메 광팬들이자 수집가들이다. 그들이 이런 장소를 활보하는 모습은 화려한 코스튬만큼이나 놀라운 광경이다.






지난 1월, 도쿄의 유명한 베뉴 Aoyama Hachi는 복잡한 나이트클럽 면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문을 닫아야만 했다. 비록 며칠 밤 뒤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긴 했지만. 사실 일본인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단정한 습성으로 인해 공공장소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하지만 일본 클럽씬의 문제는 뿌리 깊은 습성과 문화적 특징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비싼 티켓값, 도쿄에 집중된 인구, 밤을 지새우는 클럽씬을 받쳐줄 만한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탓도 있다. 애니클럽씬의 성황은 일본 클러빙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좀처럼 보기 힘든 긍정적인 장면이다.

Bungee를 기획한 Salmon Taro는 말한다. “나는 레게로 디제잉을 시작했는데 결국 아니메뮤직으로 전향했어. 그게 반응이 더 좋더라고. 이 무브먼트는 정말 빠르게 커졌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대만처럼 일본 밖에서도 행사를 열고 있어.” Salmon Taro는 주중에는 공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지만 순전히 즐거움을 위해 끊임없이 애니클럽씬의 성장을 애써온 결과 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인물이 되었다. 교토에 살며 취미로 디제잉을 하고 있는 미국인 Alex F는 말한다. “내가 만난 중 가장 혁신적이고 친절한 셀렉터들로 이뤄진 특이하고 어딘지 모르게 펑크스러운 커뮤니티야.”





이날 밤 가장 인상 깊은 DJ는 24살의 청년 Batsu다. 잘생긴 외모에 완벽한 셀렉션, 예리하게 관중의 분위기를 읽는 능력을 가진 Batsu에게 댄스플로어 전체가 넋이 나간다. 그 자신의 실력만으로도 모자라 그의 삼촌이 영국 덥스텝 씬의 레전드였다는 루머까지 돈다.

어느 씬이나 실력 있는 DJ를 필요로 한다. 좋은 파티의 핵심은 셀렉터와 관중의 교차점이다. 하지만 음악에 흥이 생기지 않으면 춤추지 않을 자유도 자유롭게 춤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진실된 반응이야말로 더 좋은 파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 몸에 밴 동질적이고 협력적인 일본인들은 이를 어려워할 수 있다.





코스튬과 꿀 떨어지는 듯 달콤한 음악 너머를 들여다 보면 오늘밤 행사는 전 세계의 그 어떤 클럽행사와도 다르지 않은 기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바로 자기표현과 공통의 열망으로의 단결, 커뮤니티의 화합을 위한 의지다.

일본에 유명한 속담이 하나 있다. ‘혁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외부인, 이방인, 젊은이들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애니클럽은 진정 일본 토박이의 클럽컬처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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