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DJ의 혹독한 삶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속마음을 터놓는 사람들이 있다.
불평불만이 가득한 DJ들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는 사람이라면 DJ들에게 동정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게다가 공평하게 말해서 DJ들이 이 나라 저 나라 날아다니며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와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도 못 꾸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억울할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 바닥의 몇몇 유명인사들이 폭로한 바에 의하면 그들의 삶이 늘 장밋빛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4명에 1명 꼴로 정신건강 문제에 시달리는데 DJ들이라고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쉴 새 없이 투어와 파티를 반복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욱 취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 자선단체 Mind의 Workplace Wellbeing 책임자인 Emma Mamo의 말에 의하면 투어를 자주 하는 DJ들은 숙면과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 강력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같이 정신건강을 증진하는 요소들을 쉽게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거기다 불규칙한 작업시간과 햇볕을 자주 못 쬐는 것, 빡센 투어 스케줄에 상당한 양의 알코올과 약물에 탐닉하기 쉬운 점은 말할 것도 없이 DJ들은 정말 여러 가지 잠재적 위험요소에 노출되어 있다.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많은 DJ들이 의식적으로든 잠재의식적으로든 대응기제로써 술과 약에 의존하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클럽이나 애프터파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소위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에 어떻게든 업혀가려고 기를 쓰는 생판 남들과 만나다 보면 술판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클럽컬처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과잉과 탐닉에 저항하기란 엄청나게 어려울 수 있다. 중독과 의존의 징조가 잠식해 들어오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하더라도 절제된 태도를 취하며 공짜 술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클럽에서, 진탕 마시기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그런 패턴을 깬다는 것은 말이 쉽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극도로 하이(high)되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극도로 다운(down)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다행인 것 한 가지는 최근 아티스트들이 이 업계가 오랫동안 애써 외면하려고만 했던 문제에 대해 입을 여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2015년, Magnetic Man 멤버였던 Benga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정신분열병과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일련의 트윗에서 마약과 과도한 투어를 언급하며 정신병을 일으킨 원인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동정을 받고 싶은 게 아니라 인식을 높이고 싶은 거야. 진작에 도움을 받았으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해지지 않았을 거야.” 바로 전 달만 해도 Scuba는 Mixmag에게 알코올중독 문제를 털어놓았고, Rustie 역시 트위터에 정신건강 문제와 마약중독을 언급하며 투어일정들을 취소했다.
세 사람 모두 동료 아티스트들과 팬들로부터 엄청난 응원을 받았고, 그들의 고백을 계기로 우리가 진작 다뤘어야 할 문제에 대한 대화의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DJ들과 아티스트들은 거의 언제나 이런 문제들을 겪어왔을 것이지만 혼자 끙끙대다 완전히 소진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듣는 것이 새롭다.
댄스뮤직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플랫폼을 형성한다. 때문에 DJ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면 원인을 더 잘 이해하고 성공적인 대처법을 더 잘 마련할 기회가 늘어난다. DJ가 짊어지는 부담이 가벼워질 일은 없을 것이니만큼 정신건강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공개적인 사안으로 확고하게 유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