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Denis Sulta: 세상에 있는 음악 장르는 딱 두 가지야. 좋은 거랑 별로인 거.
1/25 MODECi에 내한하는 Denis Sulta 인터뷰
MIXMAG KOREA | 2020-01-22
Denis Sulta는 행복한 에너지의 결정체다. 베를린의 Panorama Bar와 이비자의 Pikes를 거쳐 맨체스터의 거대한 Warehouse Project와 글래스고의 자그마한 Sub Club에 이르기까지, 그가 가는 곳마다 댄스플로어는 펀 타임 맞춤 음악으로 뜨겁게 타오른다.

전 세계에 긍정주의를 전파하는 그의 사명은 그의 작품과 음악인생 전체를 관통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DJ겸 프로듀서이자 프로모터, 레이블 수장인 Denis Sulta가 손수 큐레이팅하는 Sulta Selects 작품들에 대해, 그의 정체성과 BBC Radio 1 레지던시 데뷔,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란 없다는 지론, Ninja Tune에서 발매하는 신보, 고스트 프로듀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작년 11월 9일에 Printworks에서 공연하게 된 소감은?
‘저기서 공연 한 번만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베뉴 중 하나잖아. Printworks에서 Sulta Selects 파티를 큐레이팅할 기회가 처음 생겼다 싶었을 때 ‘와, 이거 대박인데’ 싶었어. Printworks는 겁나 끝내주잖아. 인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이 일에 엄청난 수고와 노력을 들였어. 재미있는 점은 내가 Ninja Tune에서 발매하는 음반이 공연 하루 전에 나온거야. Ninja Tune에서 8트랙짜리 EP를 내고 하루 만에 Printworks 공연 큐레이팅이라니 빡세지. 말로 어떻게 표현을 해보려고 해도 안 돼.



라인업을 짜는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Sulta Selects 파티와 레이블의 전체적인 개념은 주로 내가 엄청 좋아하거나 꼭 보고 싶은 DJ나 아티스트들을 기반으로 해. 예술은 전달이 가능한 스킬이라는 측면 자체가 너무 좋아. 왜냐하면 창조적인 사람은 음향적인 예술작품만 도발적인 것이 아니라 비주얼 예술작품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거든. 그렇긴 하지만 파티를 신나게 즐기려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는 분위기를 없앨 수 있으니까.



Mixmag 피처 때 Silver Service 임프린트에서 큐레이팅하는 것을 포함하여 음악을 발매하는 것이 이 세상에 유산을 남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 Silver Service에서 발표하는 음악과 아티스트를 결정하는 기준은?
유산이라는 단어를 놓고 생각할 때 그렇게 설명될 수 있다는 게 엄청나게 기분 좋아. Sulta Selects가 Silver Service가 된 것은 Sulta Selects의 컨셉이 Francis Bacon의 트리프티카(triptych: 세폭 제단화)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야. Francis Bacon은 내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야. 그는 스스로 되고자 했던 사람과 현실의 자신에 대해 갖는 느낌 사이의 내면적 혼란을 본능적이고 어마어마하게 표현적인 방식으로 묘사했어. 그게 내가 나 스스로를 보는 방식,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를 보는 방식과 맞아 떨어졌어. 그의 작품 중에 세 개의 캔버스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교황 트리프티카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야. 난 기본적으로 Sulta Selects를 트립트리카로 하기로 하고 세 번째 음반까지만 내고 끝내기로 결정했어. 그 다음엔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artistic statement)를 만들었고, 다른 아티스트들을 양성하는데 집중하고 싶었어. Cromby, Hammer, Dan Shake의 음반들은 모두 끝내주거든.



작품을 보면 `자아의식`이 정말 중요한 주제로, 커버피처는 Francis Bacon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중 초상화를 내세웠고 Hector와 Denis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정체성이며 그 정체성들의 형성과정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현재는 Hector와 Denis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둘이 서로 얼마나 얽혀 있는지?
재미있는 개념이야. 왜냐하면 내가 딱 요즘 기분이 꽤 좋거든. 뭘 봐도 느낌이 좋아. 그러다가 한 번씩 이 우울증 같은 게 찾아오면 그냥 잠수를 타버려. 아무와도 말하고 싶지 않고 진짜 끔찍하지. 다른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데 동시에 모두가 내가 괜찮은지, 살아는 있는지 알고 싶어 하지. 어떤 것에 대해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도구를 내게 준 경험의 또 다른 면에서부터 생겨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지. 난 한동안 사팔뜨기로 세상을 보고 있었는데 그 끝자락에는 늘 Denis가 있었어. 뭐라 딱히 증명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항상 그가 나쁜 소식을 가져다 줄 존재라고 생각했어. Denis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는데 나는 절대 열어주지 않았어. 그러다 결국에는 문을 열고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기대했던 나쁜 소식이라는 것이 그렇게 근거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자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존재와 잘 지낼 수 있게 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해. 이제는 우리가 함께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는데, 그게 기분이 진짜 끝내줘.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모든 사람이 슈퍼스타이고, 스스로 그렇게 느낄 자격이 있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이미 스스로 이룩해놓고도 그렇지 못하다고 여기는 건 진짜 아니야. 한 번 해봐야지! 그러다가 뒤처질 때야말로 서로를 받쳐줘야 할 때야.











`Aye Spoake Te Sumwuhn & They Listenhd`의 발매를 위해 Haris Nukem과 촬영한 이미지가 정말 환상적이다. Bowie스러운 톤도 좀 있는 듯한데,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런 미학적 이미지를 얻게 되었는지?
분열된 인격을 담은 거였어. Denis는 자기가 되고 싶은 자아이면서 지금 자신이라고 느끼는 인물이야. 이건 내가 항상 개인적으로나 정신적으로서나 어려워했던 부분이야. 오랫동안 머릿속에 이 목소리가 맴돌았는데 그걸 표현해낼 수는 없었거든. 그러다가 Hector와 Denis가 둘 다 완전히 똑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지. 평소에는 그가 내 뒤를 쫓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우리 둘 다 결국 같은 것, 그냥 행복해지는 걸 추구하고 있었던 거지.

Haris가 일하는 방식은 굉장히 흥미로워.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의 수고와 노력을 기울여서 예술적인 시야를 창조해내.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카메라 렌즈 앞에 에비앙 물병을 세워놓는데 그렇게 해서 말도 안 되는 멋진 결과물을 내놓는단 말이지. 나는 분명 붉은색으로 뭔가를 하고 싶었어. (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바탕으로 한 그런 레드(red) 있잖아. 붉은색은 굉장히 도발적인 색상이야. 나는 양성적인 느낌을 가진 아름다움을 원했는데 Haris가 그걸 완벽하게 포착해냈지.



최근 BBC Radio 1 레지던시를 시작했는데 소감은? 또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어떤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지?
꿈이 이뤄진 거지. 나도 늘 내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길 꿈 꿨거든. 길을 걷거나 학교 엘레베이터를 탈 때 "안녕하세요, 저는 BBC Radio 1의 누구누구입니다"라는 문구를 들을 때 말이야. 내가 그 이름들을 정확하게 기억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그걸 들을 때마다 그게 내 이름이길 바랐기 때문이야. 내가 평소에 하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소개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 내가 취하려고 하는 방향은 DJ로서의 Denis Sulta와 관련된 음악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데 클럽들에서 듣기 어려운 음악들도 소개하는 거야. 세상에 있는 음악장르는 딱 두 가지야. 좋은 거랑 별로인 거. 나는 정서적으로 어떤 감정을 자극하고,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을 뿐이야. 내가 생각할 때 내가 음악을 찾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연관성의 힘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저마다의 뒷이야기가 있어.



`좋은 음악과 별로인 음악`만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수준 떨어지는 음반이라고 여겨질 만한 것들을 트는 DJ들을 겨냥한 비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길티` 플레져는 없으며 오직 플레져(즐거움)와 마음에 않드는 쓰레기들만 있다고 말했는데, DJ로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진심을 다해 음악을 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음악교육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씹을 정도로 음악에 빠져 있었어. `이것만 들어야 된다`고 말하는 건 그냥 허세에, 편협한 사고방식, 터널시야일 뿐이야. 자기가 자기 일에 접근하는 방식이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대로 정의되도록 내버려두면 자기검증을 결국 남들의 손에 맡겨버리는 거야. 그러면서도 엔터테이너나 DJ가 된다는 것이 자기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 "이게 너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 너가 만약 1년 내내 든 적금을 깨서 겨우 베이비시터를 구해서 주말에 좋아하는 DJ 공연을 보러 나왔다면 어떻겠어?"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지난 8월에는 트위터에 고스트 프로듀서가 있다는 농담을 했었다가 이내 고스트 프로듀서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글을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절대 자신의 의식을 잃지 말고 자부심을 느끼라`고 충고했다. 그 요지를 좀 더 설명할 수 있는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고스트 프로듀서가 있네 없네를 가지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을 좀 더 긍정적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볼 수도 있다는 거야. 내가 요즘 Kanye West의 앨범(Jesus Is King)을 루프로 듣고 있는데 그 천재성은 결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거야.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가 혼자서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제멋대로의 아티스트라는 뜻이겠지. 킥 드럼 사운드를 진짜 기가 막히게 낼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만약 하이햇 사운드는 거지 같이 낸다 치자. 그러면 하이햇에서 좀 도움을 받는 게 맞지 않겠어? 왜 혼자서 다 하려고 하는 거야? 무슨 외톨이도 아니고.
불평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불평거리를 찾아낼 거야. 나는 그냥 이 세상에 기쁨을 퍼뜨리고 싶을 뿐이야. 이 세상 모든 것에는 마법이 있어. 찾으려고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신보 `Aye Spoake Te Sumwuhn & They Listenhd`는 `현재의 Denis가 있게 된 스토리`로 설명되는데 거기에 영향을 미친 다른 경험이 있는지?
`Aye Spoake Te Sumwuhn & They Listenhd`는 본질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서 내가 누구인지 깨닫고, 정신건강에 대해 전문가들과 상담하고, 직업적인 위험과 신뢰문제에 얽힌 문제들을 겪은 이야기야. 이 음반은 시작인 `In~Narito`는 내가 희망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념이고, 마지막인 `Welcome, To The Rest Of My Life`는 내가 내 안의 목소리가 사실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야. `Welcome, To The Rest Of My Life`는 내가 나 자신이 몇 센티미터 자라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야. 이 앨범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트랙은 내가 얼마나 큰 어려움에 빠져 있었는지, 내게 정말로 관심을 가지고 나를 도와준 사람, 혼자라는 기분이 어떤지, 사람들이 나를 정말 사랑한다는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준 순간이나 사람에게 바치는 곡들이야.



이 EP에 `Matthew Keeps Me Pirrie`라는 트랙은 어느 날 `좌절감을 느끼고 왜 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처럼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 한 젊은 남성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그가 그날 내 Hector를 지켜주었고 Denis를 환영했다`는 경험에 대한 곡이라고 했다. 그 경험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은 것인지?
Matthew는 우리 가족이 다 친한 친구야. 어느 날 아침에 나는 앉아서 Karenn 사운드랑 좀 비슷하게 음반을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었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Surgeon, British Murder Boys, AnD 같은 테크노 미학에만 빠져 있었거든. 가장 어둡고 쿵쿵대는 펑크 UK 테크노 말이야. 내가 젊었고 화가 많을 때 그런 것들을 만들곤 했었어. 아무튼 나는 왜 대박을 칠 만한 음반을 못 만들고 있나 하면서 앉아 있었어. 진짜 답답하고 정신적으로 아주 안 좋은 상태에 빠지고 있었어. Matthew가 Buckfast 한 병을 들고 와서는 이렇게 말했어. "그냥 네 것을 해. 네가 너인 이유, 네가 하고 있는 게 너의 일인 이유는 너는 그냥 너이기 때문이야. 사람이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라는 것은 말 한 번 할 때 두 번 들으라는 거지." 나는 이렇게 말했지. "지금 얼마나 심오한 말을 한 건지 전혀 모를 거야." 그날 그 덕분에 내가 나다워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다음부터는 알다시피 앤썸 뱅어들을 만들고 있지.






법인명 : 주식회사 비엔엘컬쳐스 / 신문사업등록번호 : 서울, 아03924 / 신문사업등록일 : 2015년 10월 06일 / 사업자등록번호 : 279-86-00099 / 법인등록번호 : 110111-5843580 / 대표이사 : 홍유석, 이순섭 / 발행인 : 장태환 / 편집인 : (주)비엔엘컬쳐스 / 발행소 :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150, 107-105 / 발행일자 : 2016년 4월 4일 / 전화번호 : 070-7772-4444 / 대표이메일 : info@bnl-globa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유석 / 특허등록번호 : 41-0375139-00-00 / 상표등록 제41-0375139호
Copyrights 2016 Mixmag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