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을 쓰고 고양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공부를 하는 섬네일의 영상에 수 천개가 넘는 ‘로파이 힙합’ 음악이 플레이리스트로 매일 갱신될 수 있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단순 샘플링과 로파이 테잎 이펙터. 듣기 좋은 몇 가지 음악 마디를 발견한다면 비트라는 형식에 맞춰 그것을 반복시키고 이펙터를 통해 음질을 열화시킨다. 한 편, 한국의 DJ/프로듀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뷰티풀 디스코(Beautiful Disco)가 큐레이팅을 맡은 로파이 컴필레이션 앨범 [First Class Tape 2]는 공장에서 찍어져 나오는 듯한 로파이 비트 시장 속에서 ‘1등급’이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운다.

먼저 이번 앨범은 쿨 재즈, 보사노바, 네오 소울 등을 대표하는 화성 진행과 올드 스쿨 드럼 비트의 조합을 차용해 ‘로파이 비트’라는 장르가 갖는 강력한 대중성을 빌려왔지만 수록곡 모두가 드럼 프로그래밍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유기성을 보이고 있다. 이따금씩 등장하는 전자적인 드럼 필인 소스 혹은 들릴 듯 말듯 레이어링된 공간감 넘치는 퍼커션 라인은 프로듀서 개개인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트랙 작업에 동참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코드나 멜로디 파트에서도 단순하게 피아노/기타 리프를 샘플링하여 랜덤하게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디사이징을 이용한 사운드 디자인, 그래뉼러 샘플링, 리샘플링, 아르페지오 등을 적극적으로 실험한 트랙을 대거 수록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의 다이나믹을 확보하기 위한 어레인지 또한 루프 형태의 ‘로파이 비트’와 차별되는 지점.

세계 각지의 비트 메이커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노고가 작지 않은 것이 확연해보이는 시기이기에 기술의 전시와 대중적 설득력을 동시에 성취한 프로듀서진과 큐레이터 뷰티풀 디스코의 노고가 더욱 빛나보이는 것은 아닐까. [First Class Tape 2] 앨범은 SSE PROJECT를 통해 발매가 되어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감상할 수 있으며 링크에서는 실물 카세트 테이프를 구매할 수 있다.(2월 중에는 바이닐 포맷으로도 발매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