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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 고휘
예측 가능성과 무작위성을 오가는 `관계`의 오디오비주얼 아티스트.
박민천 | 2022-06-28

고휘는 "주로 자연, 공간, 개인과 같은 관계들을 다루며 관계들을 이어내는 과정에서 소리에 대한 감각을 실험하고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을 통해 오디오비주얼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한국의 오디오비주얼 아티스트이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제너레이티브 아트를 대하는 확고한 작업관을 정립하였으며 예측 가능성과 무작위성을 오가는 그의 작업물은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대중들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믹스맥 코리아는 이번 인터뷰를 통하여 고휘의 대표적인 작업물과 그가 오디오비주얼 아트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Editor : 박민천


Q. 오디오비주얼이라는 장르가 조금은 생소한 독자들에게 본인이 하고 있는 작업의 특징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할 수 있을까.


고휘는 소리를 감각하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여러 관계들을 이어내는 작업을 한다. 주로 자연, 공간, 개인과 같은 관계들을 다루며 관계들을 이어내는 과정에서 소리에 대한 감각을 실험하고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을 통해 오디오비주얼의 형태로 만들어낸다. 오디오비주얼은 말 그대로 오디오와 비주얼 두 단어의 조합이지만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혼합된 하나의 덩어리와도 같다. 비주얼이 소리에 반응하거나 소리가 비주얼에 반응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이러한 구조에만 한정할 수 없기에 명료하게 오디오비주얼을 어떠한 것이라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이렇다 보니 오디오비주얼을 하는 나로서도 오디오비주얼이 무엇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오디오비주얼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Q. 청각과 시각을 긴밀하게 조응할 수 있게 만드는 오디오비주얼 장르의 방법적/기술적 기반에 대해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소리와 비주얼을 긴밀하게 이어내기 위해 나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은 연결의 과정에 존재하는 관계의 타당성이다. 소리의 특정 요소가 어떠한 이유로 시각적 요소를 반응시키는가와 같이 연결의 타당성, 구조에 따라 작업의 맥락과 형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작업에서는 소리의 주파수 대역을 그대로 비주얼로 변환하여 관계를 이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물리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시그널에 의해 소리와 비주얼을 반응시키게 하는 등 매 오디오비주얼 작업의 맥락과 내용에 따라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여 접근하고 있다.


Reverberation - O0oooo from Kohui on Vimeo.


Q. 최근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개관전에 초청되어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쌓아 온 여러 전시나 작업물보다 더 신경썼던 부분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할 수 있을까.


오디오비주얼 작업을 하며 항상 맞닥뜨리게 된 고민이 있다. 소리와 비주얼을 연결하는 과정 중 다수는 나의 주관적인 감각에 기반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내가 아닌 남들에게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항상 따라왔다. 감각에 기반하기보다, 엄격한 규칙 아래 소리와 비주얼을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어느날 우연히 그래픽을 마주하게 되며 기보자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규칙과 감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오디오비주얼로 바라볼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래픽 노테이션으로부터 영감받아 제작하게 된 <소리오브젝트를 위한 구성>은 소리와 비주얼이 갖는 관계에 규칙을 부여하고 그것을 퍼포머가 읽어낼 수 있는 소리 오브젝트라 정의하였다. 여기에 존재하는 규칙은 이와 같다.


1. 소리 오브젝트가 담고 있는 소리의 요소 -음고, 음색, 음량- 는 형태와 관계가 맞닿아 있어야한다.

2. 소리 오브젝트들의 움직임과 소리의 발생은 예측 가능한 선에 존재해야 한다.


위의 규칙 아래에서 수많은 것들을 덜어내고 제하여 지금과 같은 소리 오브젝트들이 공간에 펼쳐지는 구성이 되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담기 위해 모노크롬이 아닌 더 많은 색을 사용하거나 더 맥시멀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이번 <소리 오브젝트를 위한 구성>은 흰 종이에 펜으로 써 내려간 전통적인 악보의 형태로부터 받은 영향들을 드러내고 싶었기에 스스로 정한 엄격한 규칙 아래에서 접근하였던 것이 다른 작업과 가장 큰 차이라 생각한다.


Composition for Objective Sound from Kohui on Vimeo.


Q. 공간과의 관계 연결에 중점을 둔, 가령 `Spatial Composition: Momentary Air`와 같은 작업물을 선보이는가 하면 때로는 메시지보다 다른 곳에 중점을 둔, 가령 `Linework audio visualizing` 같은 경우는 시각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고휘가 지향하는 오디오비주얼 작업물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의 작업물들은 언제나 순간의 흥미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한번 선보인 작품을 다시 발전시키기보다는 신작들을 계속해서 만드는 스타일인데 이렇다 보니 매번 작업물들이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갖고 다양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어 다소 산재하여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작업물에 공통으로 일관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소리를 다양한 관계와 연결하고 그러한 과정을 탐구하고 실험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설령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기존의 오디오비주얼들의 맥락으로 읽히지 않더라도 그것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 가장 적합한 형태를 갖춘 나만의 오디오비주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지향한다.


Q.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제너레이티브 아트, 사운드 아트, 오디오비주얼 아트와 같은 장르들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고휘의 커리어와 작품 세계를 구분하는 변곡점이 되는 순간들을 요약한다면.


"SST"를 활용한 소리흔적 남기기 from 고휘


나는 작업의 모든 것들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고집해왔다. 하지만 2021 SST를 제작하여 선보인 소리흔적 남기기 작업은 이전의 프로세스와 매우 달랐다. 다양한 센서를 장착한 하드웨어 SST를 제작하는 것은 나의 역량으로는 역부족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이때, 김근욱 디자이너, 정효 작가, 박기진 작가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제작해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 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동시에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한정된다고 느껴왔던 가상 공간을 벗어나 물리적인 영역으로 작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SST" from 고휘


Q. 커미션 작업이 아닌 개인 작업물을 제작할 때 중요시하는 요소, 미적 기준 혹은 지양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나의 작업물들은 주로 알고리즘을 사용해 실시간 제너레이티브 형태로 제작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부분 예측 가능하지만, 완전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나의 작업물들 또한 예측과 예측 불가 사이를 오가는 특성을 설계하여 현실과 같은 특성을 갖고자 한다. 여기서 내가 무작위성, 예측 불가능성 등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작업이 존재하는 세계가 결정된다. 그 때문에 나는 언제나 예측과 예측 불가능함을 생각하고 설계하는 것을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Q. 개인 작업물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협업 작업물 혹은 커미션 작업물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억에 남거나 뜻 깊다고 생각한 작업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다.


본격적으로 활발히 활동을 시작한 해가 2020년 하반기부터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와 겹쳐 온라인으로 작업물들을 보내고 어떻게 전시되는지 직접 가보지 못해 항상 큰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박제성 작가의 협업 요청으로 서울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2021 서울라이트에 참여해 SKIN 파트를 제작하게 되었고, DDP에서 많은 사람이 내가 제작한 파트를 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다.


2021 SEOULLIGHT : PART 2 - SKIN from Kohui on Vimeo.


Q. 최근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 스튜디오를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구성원이나 단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면서 동료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기대해봐도 좋은지 궁금하다.


작년부터 비슷한 또래 미디어 아티스트 조현서, 조지, 정윤수와 함께 콜렉티브 그룹 6-8을 결성하였다. 결성하기 전에는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가 많지도 않았고 다들 흩어져 고독하게 작업을 해 나가고 있었기에 함께 모여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도우며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스튜디오를 서촌 근처로 옮기게 되며 콜렉티브 내부적으로만 공유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닌, 네트워킹 프로그램,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을 목표로 하는 오픈 스튜디오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몇몇 뮤지션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아직 크게 정해진 것들은 없지만 여러 재밌는 일들을 상상해보고 있다. 하루빨리 여러분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



Q. 최근 미디어아트라는 키워드가 새로운 트렌드로 대두하면서 오디오비주얼에 관한 관심도 또한 한층 높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휘가 생각하는 오디오비주얼의 전망과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다.


오디오비주얼은 아직도 대중들에게 있어서 낯선 분야로 여겨지지만 분명 눈에 띄게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음을 느낀다.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특정한 사람만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오디오비주얼을 시도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적 어려움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게 되어 실험적이고 낯선 형태의 오디오비주얼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해보고 배우고 여러 기술적 관점으로 영감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오디오를 사용하지 않거나 비주얼을 사용하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작업 방향에 포함하고 나아가고자 한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공개될 작업물에 대한 힌트와 함께 독자들에게 전달할 말이 있다면.


현재 2022년 제로원 크리에이터로 선발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실재 공간을 소리언어로 번역해내기 위한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매번 그렇듯이 이번 작업에서도 많은 것을 새로 시도해보고 있고 스스로도 많이 기대되는 작업이다.


독자들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디오비주얼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적 사회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관심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고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서로 돕고 나누며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갖고 있는 순수함을 잃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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