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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 하박국
인디뮤직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영기획`.
박민천 | 1/16/2023

하박국은 2012년, 미디어 및 레코드 레이블 `YOUNG,GIFTED&WACK(영기획)`을 처음 설립한 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현재까지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Mixmag Korea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일렉트로닉 뮤직, 그리고 인디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영기획`, 그리고 `영기획`의 설립자 하박국과 함께 인디뮤직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Editor : 박민천


Q. 영기획이 설립된지 10년이 지났다. 어떤 계기로 영기획을 설립하게 되었는지, 그 당시에 하박국 개인의 삶은 어땠는지?



오래 전부터 프리랜서 라이터로 일하고 있고 전에 IT회사에서 기획일을 하기도 했다. 2009년도부터 YTST, 콴돌, 앤도우 같은 친구들이랑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었고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음악 작업을 하기도 했다. 영기획을 만들기 2010년도쯤에는 IT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다 팀원들과 함께 그만둔 적이 있는데 그 때 함께 했던 팀원과 같이 있는 일을 도모하다가 정부의 청년 사업 지원에 응모하게 되었다. 그렇게 레코드 레이블 미디어인 영기획이 설립되었다.


Q. ‘작고 뾰족한 레이블’이라는 표현은 어떤 뜻일까?


메인스트림과 차별을 꾀한다는 점에서 `작다`라는 표현을 썼다. 제약이 창작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크지 않은 사이즈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뾰족하다`는 건 기존에 있던 것과 다른 새롭고 흥미로운 걸 만들고 싶은 바람을 담은 표현이다.




Q. `느슨하게 연대한다`는 의미는?


일단 현재로서는 레이블에 계약서가 없는데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와의 파트너십을 중요시한다. 각자 독립적인 주체로 존재하며 필요할 때 함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과하게 강한 결속력으로 묶이는 것은 지향하지 않는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영기획의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내향적이었고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고 네트워킹을 잘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똘똘 뭉쳐서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보다는 계속 연결되어 있라는 감각을 갖고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게 중요해졌다.




Q. 카탈로그를 발매할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섭외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질문에 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처음에 레이블을 만들게 된 이유는 `로보토미`라는 아티스트 때문이었는데 `로보토미`는 `오버클래스`라는 힙합 크루에서 활동을 하던 아티스트였고 그 전부터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 당시 `로보토미`가 음반을 내고 싶어했는데 생각할 게 많아서 음반이 안 나오고 있다고 말했었다. “음반은 내가 내줄테니 너는 음악만 만들어라”, 그래서 `레몬`이라는 음반을 기획하기 위해 레이블이 시작된 셈인데 결론적으로 그 음반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퍼스트 에이드`같은 경우는 밴드캠프를 통해 발매한 음반 `Nostalgic Falling Down`을 통해 알게 됐다. 국내에 이런 음악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먼저 음반 발매를 제안했다.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악기를 계약금 대신 주고 우리 쪽에서 먼저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매력적이면서도 노스탤지어를 담고 있는 음악이라서 테이프로 들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12사람`, `신해경`, `김새녘`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음악을 좋게 듣고 있었는데 아티스트 쪽에서 음반을 낼 곳을 찾고 있어서 먼저 제안이 들어온 경우다.






Q. 10년 이상 레이블을 지속해온 동력이 있다면?


레코드 레이블의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는 어쨌거나 좋은 카탈로그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가 디스코그래피를 쌓는 것처럼 좋은 카탈로그를 계속 만들어야 브랜드가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직접 해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긴 하지만 해외의 레코드 레이블을 모델들로 해서 좋은 카탈로그를 계속 쌓고 싶다는 생각, 그것이 레이블 운영의 가장 큰 목적, 그리고 보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의 활성화. 오디오만으로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알릴 수 있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뮤직비디오, 비쥬얼라이져, 아트워크, 프로모션 등에 투입되는 정신적, 물질적 비용이 절대적으로 증가했다. DIY 뮤지션들 혹은 소규모 레이블들의 부담이 덩달아 커진 것은 아닌지.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지인들에게 나중에 잘 되면 밥 한끼 사겠다는 식으로 작업을 진전시킬 수 있었겠지만 10년이 넘은 레이블을 그런 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지 않나. 질문받은 대로 전보다 제작 비용이 절대적으로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현재는 너무 많은 음악가들이 있고 새로운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전처럼 쉽지않다. 이전에 비해서 경쟁은 심화됐는데 아티스트가 늘어난만큼 파이가 늘었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티스트들이 그 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시도들을 여러가지로 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이전에는 내가 다른 데서 벌어서 메꾸면 되지라는 식으로 레이블을 운영했는데 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상황 속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 아티스트도 수익을 가져갈 수가 없고 레이블 측면에서는 악성 재고가 남는 것이니까. 최근 힙합 쪽에서도 하이라이트, VMC 등 많은 인디 레이블이 사라졌다.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건지도 모르겠다. 경제는 불황이고 모든 영역에 걸쳐 불황은 심화될 것이라고 보는데 인디 음악계만 괜찮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이 어쩌면 오만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와 상상력.




최근에 김새녘이라는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밴드 음악은 일렉트로닉 음악에 비해 제작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편이다. 적자를 보상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스페드업 버젼을 발매해서 판매한다던지. 스페드업 버젼은 새로운 리소스가 전혀 요구되지 않으면서도 틱톡같은 플랫폼에 친화적인 방식이다. 그 외에도 완성되지 않은 데모 음반들도 공개할 생각이다. 노출 빈도수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리스너 입장에서는 데모 버젼과 완성 버젼을 비교하면서 듣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Q.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중요한 화두였다.


우리는 `뉴진스`가 아니다. 그러나 `뉴진스`랑 경쟁을 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전처럼 리스너가 `언더그라운드 음악`만을 듣고 `케이팝`을 듣지 않는 환경이 아니다. 동시에 `뉴진스`랑 같은 방식으로 경쟁을 할 수는 없다. 고비용의 뮤직비디오, 무대 공간, 퍼포먼스를 따라할 수 없는 뿐더러 그 방식을 따라가다가는 뱁새가 황새 좇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꼴 밖에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적은 자본을 가지고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계속 노력 해야한다.


Q. 그렇다면 하박국이 생각하는 `언더그라운드 내지는 인디 음악`이 대형 상업 음악에 비해 가질 수 있는 우위점은?



취향이라는 것이 전에 비해서 굉장히 세분화되었다. 전에는 인디 쪽에서 발매되는 음반 대부분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인기를 끄는 음악 중에 모르는 음악이 정말 많아졌다. 유튜브 피드 같은 걸 서로 비교해 봐도 구독하고 있는 채널 중에서 서로 모르는 채널이 상당수일 것이다. 때문에 세분화된 취향에 맞는 음악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 언더그라운드 혹은 인디음악 커뮤니티의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K-pop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들과 비교적 먼 곳에 머무르고 있다면 인디 뮤지션들은 그보다 더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가까이서 호흡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뮤지션이 뮤지션으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팬덤이 굉장히 중요한데 인디음악은 뮤지션의 작업물을 중심으로 음악가와 팬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간다. 작은 커뮤니티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 것, 그것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 가령, K-pop 음악과 한 사람의 결정으로 제작된 음악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진정성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후자를 조금 더 개인적이고 내밀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아티스트 안에 있는 내밀한 것들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지 않을까.


Q. K-pop 음악의 글로벌한 성취. 엔터테인먼트 기업 단위에서 제작되는 콘텐츠가 인디 뮤지션들에게 경쟁 상대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가끔 우리는 케이팝이 흘린 부스러기를 먹고 살고 있다고 농담조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가령, 미국에 있는 평범한 16세 소녀가 BTS를 좋아하고 케이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면 한국이라는 나라, 한국의 음악, 문화 등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연결고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 분명 케이팝의 성공은 국내의 로컬 인디뮤직 커뮤니티에도 긍정적인 베네핏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반면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쉬운 점을 굳이 언급한다면 정말 재능있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케이팝 산업이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는 점. 영기획이랑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능력있는 뮤지션들이 케이팝 프로듀싱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음악가들이 자신의 음악을 바탕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인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케이팝 산업으로 이동해가는 모습은 못내 아쉽기도 하다.


Q. 음원반의 유통기한이 짧아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좋은 앨범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지만 노출 빈도 또한 굉장히 중요해졌다. 타임라인과 피드를 타고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 자주 노출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금세 잊혀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 같은 경우도 앨범이 발매되기 전에 선싱글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음악가들의 기본 콘텐츠는 어쨌거나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을 꾸준히 많이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가 더 부지런해져야 할 필요도 있다. 본인의 성에 차지 않아 음악을 발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성에 차지 않더라도 바로바로 많이 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내보고 많이 리스너와 호흡하고. 최근에 접한 개념 중 하나가 ‘지뢰밭’이라는 개념인데 하나가 터지면 나머지가 와르르 터진다는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동시대의 미디어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음악은 미디어에 실리지 않으면 전파될 수 없으니까. 그 미디어의 특성에 맞춰서 음악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테크놀로지, 새로운 흐름, 전복, 언더그라운드”라는 아이덴티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




레이블에 내외부적으로 굉장히 큰 변화가 있을 텐데 아직 어떻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직은 기획 단계이지만 이전의 아이덴티티와는 성격이 좀 달라질 것 같다. “뾰족했던” 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둥근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지금 가장 어려운 점은 생존이다. 레이블도 생존을 해야 하고 아티스트도 생존을 해야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


생존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궁리 중이고 그 중에 타협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타협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아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해두고 있다.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점, 어쨌거나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에서 전과는 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Q. 무엇을 하면 또 재미있을까? 아직도 이 일이 재미있나.



재미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면을 보면 답답한 면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없는 일을 하고 살아간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라도 그것을 꿋꿋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 내가 뭐라고 계속 재밌는 일만 하겠다고 이러고 살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 없어도 해야 되는 일이라면 상황에 따라서 하겠다는 생각이다.


Q.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영기획과 하박국이 기대하고 있는 아티스트상이 있다면?


이전과는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력, 그리고 자기만의 색이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현재 중요시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성실함`이다. 회사를 다니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일정이 짜여져 있지만 음악일이라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 자기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최근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들을 관찰해보면 성공하기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보통 어느 정도 전에 데뷔하신 분들이고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한 4~5년은 걸린다.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를 확 끄는 아티스트가 예전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자기 음악에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꾸준히 만들어갈 수 있는 성향이 중요한 것 같다.


Q. 믹스맥 코리아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면.


불경기가 찾아왔다. 음악을 소비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한 편으로 서포트라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음악이 있다면 아주 약간의 시간과 돈을 쏟아서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덕질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최근에 스토리 프로듀서로 일한 케이팝 다큐멘터리 첫 편의 주제가 `덕질`이다. 케이팝 팬들 다들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덕질을 하더라. 덕질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찾아서 거기에 집중하는 일은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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