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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Headless Horseman
신화적 세계를 탐험하는 목 없는 전자음악 기수.
박민천 | 2023-05-22

Headless Horseman은 유럽의 민담에서 유래되는 `목 없는 기수`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아 실험적이면서도 동시에 댄스 플로어를 뜨겁게 달구는 일렉트로닉 트랙을 제작하는 영국의 DJ/프로듀서이다. 신화적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활동명과 비슷하게 그의 음악은 현실의 대도시 체계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신비로운 감상을 제공한다. 노련한 하드웨어 라이브 셋과 빠른 호흡의 디제잉을 번갈아 선보이는 Headless Horseman의 스테이지는 초현실적인 세계로 청자들을 초대하는 장치이자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역할을 하고 있다. Mixmag Korea는 인더스트리얼 테크노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자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잘 알려진 Headless Horseman과 함께 프로덕션 테크닉과 그의 음악 세계관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Editor : 박민천


Q. Headless Horseman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절뚝이는 리듬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말이 달려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느끼는 그 리듬은 어렸을 때 듣고 자란 헤비 메탈이나 힙합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 초창기 Reflex Records나 Warp Records에서 선보인 기이한 분위기와, 정박이 아닌 리듬을 섞다 보니 절뚝거리는 비트가 탄생하게 되었다. 올드스쿨 덥스텝이나 UK 덥스텝과도 결이 비슷한 면이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하자면 4비트의 킥 시퀀스 내에서 첫 번째 붐은 볼륨을 줄이고 두 번째 킥과 네 번째 킥은 벨로시티를 조절하는 식이다. D2 톰이나 다른 서브 베이스를 정박에서 살짝 비껴나가게 조절한 후 트리플렛으로 구성하는 방식 또한 유효하다. 이렇게 하면 매 비트마다 킥을 넣는 것보다 음향적으로 훨씬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 이후 다양한 레이어를 추가하거나 폴리 리듬, 퍼커션 사운드, 스네어, 클랩 등을 추가한다.


따라서 트랙을 만들 때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킥 드럼 주파수 대역의 로우 엔드와 서브 베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크게 들리지는 않지만 약간의 서브감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특히 헤드폰이나 큰 사운드 시스템에서 절뚝이는 리듬감을 청자들이 느끼게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Steppy Techno’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Steppers’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자들은 이 같은 트랙 제작 방법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데 매 비트 마다 찍혀있는 킥 리듬에 몸을 맡길 수도 있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하프 타임 비트에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


Q. Headless Horseman의 트랙에서 스네어 소스가 특히 시네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테크노 리듬과 달리 꼭 두 번째, 네 번째 비트가 아닌 곳에 스네어를 찍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리듬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어긋남이 없으면서도 트랙에 역동감을 줄 수 있다. 한 지점에서 모든 소스가 나오는게 아니기 때문에 음악이 단순한 룹처럼 들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네어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어떤 스네어든 혹은 고역대의 퍼커션 사운드든 리벌브나 이펙트를 모듈레이팅 하는 편이다. 이런 식의 설계 또한 트랙의 역동성에 기여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리벌브나 딜레이의 양을 항상 다르게 조절하면 다음 번 소스가 나올 때 사람들은 같은 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룹 음악을 듣고 있다는 감상을 피할 수 있다.


물론 테크노 음악 자체가 룹 음악이고 정말 멋진 룹 음악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트랙 전체에 걸쳐 소리 요소들을 매우 미세하고도 자주 변형시키는 편이다.


Q. 최근 테크노 음악에서 유행하고 있는 트랜시한 룹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장르든 반복적인 룹 음악은 존재해왔는데 테크노는 시초부터 룹 음악이었다. Jeff Mills나 Surgeon의 초창기 작업물은 룹 음악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그 중에 정말 좋아하는 작업물들이 많이 있다. 다음 룹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 동안 같은 룹이 계속되지만 댄스 플로어에서 사람들을 황홀경으로 이끌고 가는 강력한 힘은 오히려 룹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젊은 프로듀서들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지 않나. 이 점에서 신구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옳다고 느끼는 지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을 찾아내는 일이 가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요즘에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트랙들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것을 세상에 퍼뜨리고 있는지를 보고 있으면 놀랍기도 하다.


Q. 인스턴트한 방식으로 음악이 소비되는 오늘날의 경향성이 Headless Horseman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심지어 나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집중력 문제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유튜브, 틱톡 등의 영향 때문에 우리는 모든 면에서 즉각적인 자극을 얻길 원한다. 이런 현상을 음악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한 트랙에 한 2초간 머무르다가 다른 트랙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모두가 이 현상에 익숙해지고 있다. 비유 하자면 갤러리에 가서 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하고 다른 갤러리로 재빨리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갤러리들이, 레코드 샵이 포화되어 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스크롤링 하는 것이 딱히 건강한 정보 습득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디제이가 긱에서 음악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한 2초쯤 확인하고 다른 것으로 넘어가고, 다른 것으로 넘어가다 보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망가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것은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다. 나 같은 경우는 영감을 받아서 내 음악을 만들고 싶을 때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려고 한다. 정신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지만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들이거나 음악을 끝까지 듣는데 시간을 쏟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세상의 속도가 늦춰지면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더 크게 신경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Q. 디스토션된 질감, 리버브가 들어간 노이즈, 새츄레이션된 베이스 라인,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패드와 멜로디 라인 등, Headless Horseman의 음악에서 두드러지는 이런 요소들을 사운드 디자인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머리 속으로 특정한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소리를 중첩시키는 것을 좋아하는데 멜로디 라인이나 코드 프로그레션을 서사의 기초로 놓고 그 위에서 다른 요소를 발전시킨다. 가령, 드론 사운드를 하나 넣는다면 옥타브 위, 아래로 드론을 중첩시키고 그것들을 모듈레이팅한다. 소리를 미세하게 변형시키고 중첩시켜서 커다란 공간감을 만들기도 한다. 서스테인 감이 있는 긴 소리같은 경우 3도나 5도 위에 노이즈 신스를 겹치기도 하는데 ‘Prophet’을 쓰는 경우에는 소우투스 파형으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패드를 저역대에 레이어링 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핵심적인 멜로디는 뇌리에 남는다. 물론 소리를 레이어링할 때 음역대를 잘 배분하고 깎아서 각 요소들이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나는 더욱 큰 공간감을 가진 사운드스케이프를 얻어낸다.


Q. Headless Horseman의 음악이 가진 서사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종교는 없지만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유물론적인 삶 이상의 삶이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사후 세계는 실존하다고 믿는다. 인간은 다른 자연 요소로 환생하기도 하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 세계의 다른 물리적 존재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곳은 자연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생애 최고의 기억 중 하나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일, 혹은 친구들과 숲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달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마법같은 기분을 느낀 때이다. 이 기억을 되살려 음악을 만들 때 완전히 다른 자아 상태로 몰입하곤 한다. 개인사 측면에서 굉장히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새로운 자아를 창조해내고 싶었다. 하나의 자아를 내려두고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Headless Horseman’은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의 작품 `The Legend of Sleepy Hollow`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렸을 때 할로윈 시즌을 돌이켜보면 그 ‘Headless Horseman’ 캐릭터가 내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존재로 여겨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부터 ‘Headless Horseman’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창작을 하면서 막히는 때가 오면 내 정신을 다른 물리적 공간으로 초월시켜서 내 자신을 어렸을 적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때로 이동시키곤 한다. 그렇게 하면 하루의 기분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와 같은 경험을 소리로 표현한다. 내게 음악 작업은 치유적 과정이다.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빠르게 변해가는 이 세상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음악을 만들 때면 아주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하는 때가 온다.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내게는 정말로 중요하다.


Q. 기술과 창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에서 혼란을 느끼는 젊은 음악 프로듀서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당신보다 뛰어난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유튜브에는 무료로 자신의 기술을 공유하는 훌륭한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작은 신디사이져나 컨트롤러를 구입할 여유가 있다면 신디사이져의 기본을 배우는 것도 좋겠다. 음악은 항상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기술적인 측면을 발전시키느라 음악의 본질을 지나치는 젊은 음악 프로듀서들을 많이 봤다. 기술에 과하게 몰입한 나머지 창의성이나 감정을 신경쓰지 못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계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나 또한 이 부분을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예술 분야에서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배움의 기간 동안 오랜 시간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인가 배우는데 전념하느라 창의성이나 음악의 본질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완전히 마스터하고 나면 당신의 작업물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Q.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미래 계획과 관련된 힌트를 남겨준다면?


현재 정규 3집 앨범을 제작 중이고 수록곡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트랙을 대부분 마무리 지으면 프로듀서 친구들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 혹은 음악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또 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랙들은 무엇인지, 짧은 글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음악을 혼자 만들면 시야가 좁아지고 더 이상 그 음악이 좋은지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 발자국 멀어져서 10트랙 정도로 추리고 있다. 특히 현재 나의 감정 상태와 합치된다고 생각하는 곡들, 그리고 지금 내게 꼭 맞다고 생각하는 트랙들을 추려내고 있다. 8곡은 두 장의 바이닐에 실릴 것이고 두 곡은 디지털 보너스 트랙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머천다이즈도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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