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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자서전, 댄스뮤직역사 이면의 봉인을 해제하다
Moby, Laurent Garnier, Billy ‘Daniel’ Bunter의 솔직발언
글: Ian Mcquaid 일러스트: Alex Jenkins | 2016-08-05

요즘 상당수의 올드스쿨 디제이들이 비트보다는 책을 쓰는데 관심이 많아서 과거분사의 올바른 활용법보다는 믹싱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한 세대는 한참 어리둥절한 중이다. Moby의 회고록이 출간을 앞두고 런던 전역의 빌보드 포스터에 광고되고 있다. 모르고 보면 그의 신보가 드디어 나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화제다. Laurent Garnier부터 Billy ‘Daniel’ Bunter 등 90년대를 풍미한 다른 아티스트들도 각자의 스캔들과 화이트레이블을 추억하는 하드커버 출판에 뛰어들고 있다. 요즘 DJ 진실게임이 수지맞는 사업인가 보다.


DJ 자서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레이브 스토리의 이면이 마침내 공개되는데 그게 늘 장밋빛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마법 같은 묘사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지 않은가. 게이 흑인들과 라틴아메리카인들이 Kraftwerk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고, 드럼머신을 가지고 장난치는 장면, 익숙하지 않은가? 그들의 음악이 점점 뜨다가 마침내 이비자의 햇살궁전에 입성하고, 마침 휴가를 즐기고 있는 광란의 영국인들의 눈에 든다. 그러면 Carry On Raving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이 활기찬 영국인들은 이비자에서 습득한 아이템과 하우스를 가지고 런던에, Shoom 같은 오픈클럽에 돌아오는 것이다. 훌리건들이 서로 얼싸안고, 흑인과 백인이 하나가 되며, 영국의 클럽들은 나라의 자랑이 되어 세계의 부러움을 산다. 지금까지 질리도록 들어본 매력적이고 단순한 스토리다. 다른 대부분의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역사 자체보다 훨씬 정제된 스토리.


Laurent Garnier의 삶이 낱낱이 드러난 자서전 Electrochoc를 펼쳐보자. 프랑스에서 이미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작년에 최종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영어 번역본이 나왔다. Electrochoc는 ‘일반적으로 용인된’ 댄스역사를 갈기갈기 쪼갠다. Garnier에 의하면 영국 북부의 레이브씬은 런던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애시드 하우스’보다 훨씬 강렬했고, 발생시기도 앞섰다. 그는 시카고부터 디트로이트까지 미래적인 기계음악을 뿜어냈던 영국의 첫 레이브들은 Tong, Rampling, Oakenfold(Garnier가 정한 순위)의 과대선전된 파티들이 아니라 80년대 중반, Mike Pickering의 Hacienda ‘Nude’였고, 미디어에 훨씬 덜 친화적인 맨체스터의 앵글로 자메이카인들이 관중석을 모두 채우다시피 했다고 말한다.


이 기록을 바로 잡은 Garnier는 이번에는 90년대 레이브씬에 펼쳐진 경찰과 프로모터 양측의 해적전술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경찰은 ‘Pay Party Unit’ 작전을 썼다. 레이버들이 가짜 파티 전단지에 속아넘어가 외딴 곳에 가보면 경찰 메가폰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 대항하는 프로모터들은 서로를 납치하고, 총을 휘두르고, 돈을 갈취했다. Garnier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90년대 말에 ‘슈퍼스타’ 디제이가 흥하기 시작하자 서둘러 씬에 뛰어들어 빨대를 꽂은 에이전트들을 비난한다. 분명 사랑을 기반으로 세워졌을 씬이건만, 책 곳곳에 탐욕과 폭력, 악이 만연하다.


Moby의 책은 ‘모두가 하나되어 행복한 레이브 패밀리’를 이루는 넌센스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Garnier와 비슷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 누가 Moby 아니랄까봐 대체로 그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자기집착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가 Top Of The Pops TV쇼에서 자신의 히트곡 ‘Go’를 플레이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영상을 보면 이 뉴욕출신 프로듀서는 키보드 뒤에서 격한 바운스를 타며 에너지와 열정을 발산하는데, 본인의 말로는 무대를 떠나 공연 뒷풀이를 할 때는 불안과 외로움의 수렁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 없고 극단적인 감정기복에 대한 이야기가 책 전반에 걸쳐 반복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거라고는 슈퍼스타 DJ의 인생이 왜 쓰레기인지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설명이다. Moby는 수천 명으로 가득한 씬에서 늘 혼자이고, 끊임 없이 술과 마약과 싸우며, 상당한 지면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한 증오와 자기 인생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고, 자신의 음악마저도 증오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위아 유어 프렌즈라더니? 역시 영화니까 가능한 거였나.


하지만 DJ들의 자서전은 그저 세로토닌 분비가 20년 전에 멈춰버린 심술쟁이들의 자학전에 그치고 싶지 않았는지 술에 떡이 되어서 ‘Prodigy’ Keith Flint의 여자친구를 꼬집었다는 Moby의 에피소드부터 공연을 위해 대륙과 대륙을 차로 가로지르는 중에 별의 별 미친놈들을 다 태워봤다는 Garnier의 이야기 등 하나 같이 상당한 양의 무용담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Billy Bunter의 책 The Love Dove Generation에서는 과도함의 끝을 달리는 정신 나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Bunter는 사회 각계 각층을 연합시키는 엑스터시와 레이브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를 자신의 시점에서 말하는데, 또한 그가 십대였을 때부터 레지던트였던 전설적인 클럽 Labyrinth를 우리가 지금 열린 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씬에 물타기를 하려는 지역 폭력배들의 다리를 기꺼이 분지를 수 있는 남자들이 클럽 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다 어느 한 시점에서 뒤통수를 심하게 얻어맞는데, 차를 몰고 아버지와 함께 밀턴케인스(Milton Keynes)의 레이브로 가던 중 외계인들에 의해 납치됐었다든지 굉장히 이상한 기억들이 나오는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Bunter의 책에는 독특하게도 그의 아내이자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비즈니스 파트너인 Sonya가 쓴 대목이 있는데 바로 거기서 레이브 판타지의 배후를 가리고 있던 장막이 열린다. Sonya는 Bunter가 약에 빠져 정신 못 차리던 2000년대 초반, 아이들과 재정, 두 사람의 결혼상태까지 걱정해야 했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것이야말로 그 모든 해피 하드코어 방종과 미친 짓들 가운데 존재하는 냉혹한 진실인데, 이것이 Bunter의 책에 뜻밖의 온기를 가져다 준다. 주말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찬양 받는 이들도 결국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연약하고, 멍청하고, 실수하며, 멋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단지 좀 더 좋은 튠을 가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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