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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뮤직, 코첼라 2019의 미래를 안내하다
코첼라 20주년을 기념하는 댄스뮤직 한 눈에 돌아보기
Cameron Holbrook | 2019-04-30
레이저 조명을 밝힌 거대한 텐트를 가득 매운 관객들이 거침 없는 춤사위와 함께 한 목소리로 환호한다. 관중을 향해 연기기둥이 분사되고, 텐트의 열기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Eric Prydz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Cirez D가 무대에 올라 이보다 더 쩌렁쩌렁할 수 없는 사운드로 클로징 셋을 펼치기 시작하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결연한 에너지가 공간을 장악한다.

Coachella 2019 에디션은 댄스뮤직의 세계에서 유명세와 최고의 실력을 뽐내는 이들의 눈부신 퍼포먼스와 놀라움, 반전으로 가득했다. 총 167명의 아티스트들이 매년 Coachella가 열리는 폴로경기장 곳곳에 세워진 여덟 개의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했고, 그 중 The Do LaB, Sahara, Gobi, Mohave, Yuma 스테이지는 일렉트로닉 충만한 씬들로 수많은 관중을 만족시켰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Coachella 에디션에서 확연하게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면 로큰롤이 더 이상 Coachella를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0년대 말부터 Daft Punk와 Justice 등의 아이코닉한 퍼포먼스로 메인스테이지에 침투하기 시작한 일렉트로닉뮤직 스타일이 매년 Indio 스테이지에 수많은 관중을 끌어 모으며 Coachella의 메인 이벤트로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렉트로닉뮤직의 충실한 지지자들 수만 명이 뒤죽박죽 섞여 현장을 배회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과 연륜이 느껴지는 베테랑들이 Coachella의 댄스플로어를 공유하고, 그 에너지는 요즘 페스티벌 판에서 너무 자주 엿보이는 허세 가득한 조잡한 음악을 완전히 짓눌러버리는 바이브를 만들어낸다. 이토록 다채로운 사운드가 펼쳐지는 가운데, 상호존중과 이해는 모든 이의 마음상태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가장 시선을 끌었던 아티스트들은 Mojave 스테이지에서 헤드라인 공연을 한 Four Tet, Sophie, Nina Kraviz, Aphex Twin이다. 금요일 밤의 Sophie는 `Ponyboy`와 `Faceshopping` 등을 완벽하게 구사한 강렬하고 도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리저리 뒤틀리며 절정을 향해 치고 달리는 빌드업은 마치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것 같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날 밤 Sophie의 공연이 한계를 뛰어 넘었다면 Nina Kraviz의 무대는 그 반대였다.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Nina Kraviz의 새 라이브 A/V 쇼는 비록 대담했지만 처참한 실패였다. 세계적인 음악 플랫폼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게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Nina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비전을 거리낌 없이 펼쳤다. Nina가 차를 마시며 무대 주변을 서성이고, 일기장에 시를 써서 낭독하고, 무대 위에 놓인 소파에 앉아 있다가 백스테이지에 있는 거울을 닦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동안 관중은 줄 지어 자리를 떴다. 음악은 오프키(off-key) 곡조와 혹독한 테크노의 연속을 오갔지만 그녀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자신의 쇼의 ‘라이브’ 요소는 일종의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러시아 테크노 슈퍼스타의 무대를 고대했던 팬들은 적잖이 실망했지만 그녀로서는 대담한 예술적 시도였고, 어떤 후유증이 남을 지는 미지수다.





Coachella의 Mojave 스테이지에서 라이브 A/V 쇼를 처음으로 시도해본 것은 Nina Kraviz 뿐이 아니었다. Dubfire와 Richie Hawtin 역시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Yuma Tent에서 Mojave로 자리를 옮겨 라이브쇼 첫 선을 보였다. 두 사람의 퍼포먼스 모두 대담하면서도 매우 성공적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덕분에 Hawtin은 몇 해에 걸쳐 CLOSE A/V 쇼 월드투어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Kraviz도 비슷한 결과를 바라며 한 시도였겠지만 지나친 허식과 부족한 플레이, 그녀의 새 퍼포먼스 컨셉에 대한 초기반응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Four Tet은 자신의 최신 히트작 `Only Human`과 Bicep의 `Opal`을 열정적으로 리믹스한 튠 등 쟁쟁한 트랙들로 구성한 한 시간짜리 셋으로 조명도, 비주얼도 없이 모든 관중의 마음 속에 해방감과 뜨거움을 안겨줬다.

Aphex Twin의 환상적인 Coachella 셋은 운 좋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영원히 잊지 못 할, 실로 음악적 퍼포먼스의 기념비였다.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그는 어지럽게 점멸하는 Weirdcore의 화려한 비주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베를린 테크노와 애시드하우스,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정글이 충돌하며 뒤섞이는 집합체를 선보였다. 

Coachella의 언더그라운드 댄스뮤직 안식처인 Yuma Tent 역시 수많은 테크노/하우스 올스타들이 다녀갔다. 댄스뮤직의 광대한 스펙트럼에 이끌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Yuma Tent는 해를 거듭할 수록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효과를 업그레이드했고, Yuma Tent를 찾는 관객도 더 많아졌다. Amelie Lens, Charlotte De Witte, Cirez D, Stephan Bodzin 등 큰 물에서 뛰는 테크노 스타들의 퍼포먼스를 찾은 대규모 관중은 걸음 걸음마다 묵직한 4x4 맹공을 구현한 듯한 광란의 댄스로 화답했다. 하우스 전선에서는 Dubfire와 Sharam이 90년대의 아이콘이었던 댄스뮤직듀오 Deep Dish 때로 돌아가 향수에 젖은 팬들과 순전히 호기심에 텐트를 찾은(그러면서도 전적으로 적극적인) 관중을 위해 공연했다. Köelsch와 Tale of Us는 새 데모곡들과 미발매 에딧들을 실험하며 서정적인 댄스플로어 사운드로 텐트를 뒤덮어 충성스러운 팬들을 만족시켰다.

그 외에도 Nocturnal Sunshine, Dusky, Guy Gerber, Chris Lake, Âme, Idris Elba, Nicole Moudaber, Hot Since 82, Camelphat 등이 Yuma Tent에서 변화무쌍한 댄스뮤직을 선보였다.





Anna Lunoe, Jauz, Fisher, Diplo, Ookay 등인 Sahara Tent에서 베이스하우스와 트랩 비트로 ‘끝장을 보고’ 싶어 하는, 좀 더 젊은 층의 아드레날린 중독 관중들에 어필했다. Lunoe의 Mad Decent hit ‘Badass’, Redlight의 `Sports Mode`, Fisher의 `Losing It` 등이 땅이 뒤흔들리는 것만 같은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Do LaB은 햇살 가득한 느긋함에 어울리는 아티스트들과 깜짝게스트들을 섭외했다. Do LaB은 언제나 즐거운 그루브와 바운스로 대형 스테이지의 광란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이다. 올해에는 DJ Seinfeld, Mr. Carmack, Pete Tong, Little People, Bleep Bloop 등과, 매일 밤 마지막에 재미를 더해주는 깜짝 게스트로는 Major Lazer, Bob Moses, Guy Gerber, Agoria 등이 Do LaB을 찾았다.





Outdoor Theatre에서는 RÜFÜS DU SOL과 Bob Moses 등이 요즘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이브악기와 일렉트로닉뮤직의 크로스오버로 댄스뮤직세계의 경이로움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많은 기대를 자아냈던 Gesaffelstein의 새로운 라이브는 일요일에 거친 사운드와 쇼맨쉽으로 메탈릭한 복귀무대를 펼쳤다. Gesaffelstein은 지구상에서 가장 검은 물질인 반타블랙(Vantablack VBx2)으로 제작된 무대 셋팅으로 반타블랙을 사용한 제 1호 아티스트가 되었다. 반타블랙 물질은 너무나도 짙은 검은색이어서 3D 물체를 평면적으로 보이게 만들며 빛 반사율은 0.036%에 불과하다. 날카롭고 급진적인 프로덕션으로 힙합과 록 매니아들까지 댄스뮤직의 세계에 인도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해온 그로써, 이번 퍼포먼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일요일 최고의 쇼로 평가한다.





각 스테이지를 찾은 최고의 프로듀서들과 가수들, 뮤지션들과 DJ들이 Coachella의 놀랍고도 풍부한 음악적 스토리의 앞날을 위한 대로를 닦았다.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이벤트의 전문적인 큐레이션이 오늘날 비슷한 규모의 다른 많은 페스티벌들이 훼손하고 있는 연령차별주의에 매여 있지 않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Coachella가 댄스뮤직 분야에서 쌓아온 결과와 그 씬의 역사에 대한 진실한 이해도는 오늘날 Coachella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대감을 잃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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